삶이 부딪히는 현장 '주먹이 운다' 촬영장을 가다
mfight | 김한주 리뷰특전대원 | 입력 2011.07.18 16:08
화제의 방송 '주먹이 운다' 촬영장을 가다 지난 6월 XTM '주먹이 운다'라는 프로그램을 보고서 한번쯤 직접 보러가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녹화 일자를 알게 돼서 기어코 현장을 찾아가게 됐습니다. 촬영과 편집을 거친 화면이 아니라, 내 눈으로 직접 그 현장감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죠. 디지털미디어시티에서 좀 떨어진 촬영장을 어렵사리 찾아갔습니다. (역 이름이 말해주듯이 많은 촬영용 건물들이 있어서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 경기를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과 응원 온 분들
맨 처음엔 한경기만 있는 줄 알고 갔는데, 3경기가 있더군요. 촬영장을 갔더니 사람들이 인산인해로 많고, 대기실도 여러 개라서 좀 당황했습니다. 그냥 녹화만 하는 줄만 알았지 상세한 디테일은 몰랐거든요.
▲ 경기전 메디컬 체크 전문의의 입회하에 마지막까지 혈압을 체크하며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프로대회와 다를 바 없더군요. (물론 그 전에도 메디컬 체크를 받았지만 당일 다시 한 번 받는 것이죠) 이날 경기는 총 3경기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어떤 선수들이 출전하는지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갔기 때문에 대진표 같은 것도 알 리 없었죠. 하지만 그게 뭐 대수겠습니까, 전 보러왔고 즐기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녹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주먹이 운다를 만드는 사람들 제가 촬영장에 먼저 들어가서 본 것은 케이지보다, 녹화를 준비하기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스태프 분들의 모습이었습니다. 화면을 통해서보면 화려하고 멋져 보이는 게 당연하지만, 그 멋진 화면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분들이 준비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 멋진 화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시는 수많은 스태프 분들의 모습 무슨 일이 있어도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은 역시 프로다라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분들이 찍는 모습들을 보면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 못지않은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저 같은 일반 팬은 그냥 보고 싶은 것, 찍고 싶은 것을 찍으면 그만이지만, 이분들은 서로의 호흡이 맞물려가며 치밀하게 영상을 담아내야 궁극적으로 하나의 양질의 컨텐츠를 만들어내니까요. 저 또한 이분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끔 조심조심 돌아다니며 찍었습니다.
▲ 작은 거인 이분의 지휘하에 녹화가 이뤄졌습니다. 작은 체구의 여자 분이셨지만, 녹화장의 분위기와 흐름을 거침없이 이끌고 가시더군요. 남자인 제가 봐도 멋졌습니다. '이게 프로다'라고나 할까요?
▲ 경기를 위해 오신 전문 의사선생님과 프로무대에서 활동하시는 심판분들 단순히 방송 스태프분들 뿐만이 아니라 의료진과 심판 분들 역시 실제로 프로무대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유명한 전문가 분들이셨습니다. 녹화하실 일반인 도전자들 말고 실제 프로선수들을 데려다 경기를 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의 준비였지요. 삶과 삶이 부딪히는 경기현장 첫 번째 경기. 조자성 선수(야채장수) vs 김은수 선수(헬스트레이너)의 경기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멋진 경기였습니다. 그라운드에선 김은수 선수가 압도했지만 타격에서 조자성선수가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엎치락 뒤치락하는데 보고 있노라면 열심히 박수를 치면서 보게 되는 그런 멋진 경기였습니다. 관객 분들도 모두 환호하는 그런 멋진 경기였습니다. 두 번째 경기. 김재기 선수(경찰) vs 최성훈 선수(부산사나이)의 경기는 솔직히 실력 차가 많이 나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그래도 실력차가 뚜렷함에도 열심히 싸운 최성훈 선수에겐 박수가 나오더군요. 아마도 본인이 제일 아쉬웠을 것 같습니다.
▲ 승리와 패배, 이들에게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이건 리얼이다 세 번째로 열린 한봉현 선수(이라크 파병특공대) vs 김종대선수(HID 북파공작원)의 경기는 이 주먹이 운다가 왜 리얼인지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앞서 2경기에선 경기가 끝나고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었기 때문에 세 번째 경기도 그러겠거니 했었습니다. 그런데 체급을 김종대 선수가 체중을 11Kg이나 더 나가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건 도저히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한봉현 선수가 받아들이고 경기를 하더군요. 육안으로 보는 신체로도 차이가 커보였습니다, 그런데도 한봉현 선수는 케이지 안으로 들어가더군요. 와, 정말 할 말이 없었습니다. 경기 중 귀가 터지는 부상을 입고서도 다시 경기에 임하는 한봉현 선수. 3라운드 동안 계속 밑에 깔려 있었지만, 그래도 쉬지 않고 들어가서 덤벼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스스로 소리 높여 응원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경기는 끝났고, 체급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한봉현 선수가 패했죠. 하지만 '주먹이 운다'는 승자에게만 마이크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건 승패를 위한 경기가 아니니까요. 승자 김종대 선수의 아버님께서 마이크를 받고서 "아들이 이겼지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라고 하신 말씀은 이 경기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이 어떠한가를 대변해주고 있었습니다.
▲ 경기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을 울게한 어머님의 한마디 한봉현 선수의 어머니께서 꽃다발을 들고 올라오셨는데, 일반적으로 지든 이기든 꽃다발을 주면서 "힘내라 잘 싸웠다 라고 하면서 잘 마무리를 하는 반면 이 경기는 달랐습니다. 막상 자식이 피를 흘리면서 맞고 있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자니 가슴이 아프셨던지 MC 윤형빈 씨가 "아드님께 한 말씀 해 주세요"라고 했을 때 한봉현 선수의 어머님께서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하셨을 때, 아……. 이 순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주위가 숙연해지고, 한봉현 선수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주위에 있는 많은 분들을 눈물짓게 만들었습니다. 저 또한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어머님의 그 말씀에 담긴 그 마음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단순한 경기였다면, 그냥 승자만 조명되고 끝났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도 보여지지 않았을겁니다. 하지만 주먹이 운다는 승자와 패자 관계없이 사람과 사람의 삶을 보여주었기에 이런 장면이 나왔던 거겠죠. 승패?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 공은 울리고 경기는 끝났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우리의 삶은 항상 결과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이날 봤던 '주먹이 운다' 촬영장에서의 경기는 결과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승자와 패자의 구분이 없는, 사람과 사람의 삶이 교차하는,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환호하게 하고 눈물짓게 만드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이날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날 즉흥적으로 녹화를 보기 위해 왔고,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그보다 더 값진 것을 얻어간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주먹이 운다' 녹화현장은 충분히 가 볼 가치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살아감에 있어서 결과만이 아닌 살아가는 과정에도 충실한 삶을 살며 자신의 삶을 한번 되돌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